1만 년을 흘러온 식초는 사람 살리는 물이에요”
곰삭은 고향의 맛이 그리워 발효식품을 만들기 시작한 김순양 씨는 진도 산골에서 남편과 함께 천연발효 식초를 빚고 있다. 바나나식초, 커피식초, 멸치식초, 떠먹는 인삼식초, 블루베리식초 등 그의 식초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새벽녘, 일찌감치 길을 나서 찾은 그의 집, 가지런히 놓인 항아리에서 식초가 숙성되는 풍경은 경이로웠다.
발효식품 중 으뜸인 식초를 만나다
서울에서 버스로 꼬박 다섯 시간을 달리고 다시 차를 옮겨 타고서야 진 도 김순양 씨 집에 도착했다. 그의 집은 아무 경계 없이 산과 하나인듯 서 있었다. 몇 발자국 내딛으면 야생 산딸기가 지천이고, 울타리를 겸한 녹차 군락도 소담스러웠다. 풍경 감상에 빠졌을 찰나 주인장 부부가 문 을 열고 반갑게 손을 맞았다. 야무진 손끝으로 천연식초를 만드는 김순 양 씨와 남편 박성식 씨다.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시장할 텐데 같이 식사부터 하시죠. 우리 가 늘 먹던 대로 차려서 찬은 별로 없지만, 묵은지 맛이 기막히답니다.”
향토를 곱게 발라 지은 집 안은 에어컨에 견줄 수 없는 산바람이 드나들었다. 상 위에는 단출하지만 정갈한 찬들이 올라 있었다. 무심코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이름 모를 찬을 입에 넣고 깨물자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풍성한 자연의 향이 퍼졌다. 산야초효소로 담근 도라지장아찌다. 오 이장아찌, 묵은지도 감탄스러웠다. 시원해 보이는 냉국도 한 숟가락 떠 먹었다. 여느 냉국과 다르지 않은데, 처음 맛보는 달큰하면서도 새콤한 맛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바나나식초를 넣었어요. 향이 느껴질 거예요. 다른 냉국과는 맛이 좀 다르죠?”
바나나식초 외에 김씨가 빚을 수 있는 식초는 30여 가지에 달한다. 여러 해 동안 각종 발효식품을 담가온 그가 꼽는 발효식품의 으뜸은 식초다.
“식초는 단순히 신맛 내는 조미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초 역사는 1만 년 전부터 시작돼요. 약이 없던 시대에는 약을 대신할 정도였죠. 그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서 저는 식초를 ‘1만 년을 흘러온 물’이라고 표현해요.”
그는 식초를 빚으면서 발효의 최종 단계에서 얻어지는 식초야말로 인간에게 해로운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효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곡류를 재료로 한 식초를 예로 들면, 곡류 속 탄수화물이 당으로 바뀌고 당은 다시 알코올로 바뀐다. 알코올은 유익한 점과 해로운 면을 동시에 가진 발효식품이다. 반면 식초는 다르다. 알코올이 다시 발효를 통해 아세트산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로운 점만 남는다. 그래서 그는 식초를 ‘완전한 물질’이라고 부른다. 건강을 되찾아준 고마운 식초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에게서 새콤달콤한 식초향이 난다.
미네랄과 유기산이 풍부한 천연식초
밥상을 물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그의 식초 이야기가 이어졌다. 원재료 가 식초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4개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 다. 식초가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모든 생명체에는 자기 방어 물질이 들어 있어요. 식초가 발효되는 1년 동안 촉매제로 사용된 누룩과 원재료 속 방어 물질이 모두 중화되죠. 또 몸에 좋은 각종 미네랄과 유기산 등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향, 관능미, 맛 등 모든 상태가 상당한 수준에 다다르죠.”
그럼 좋은 식초는 어떻게 고르는지 조언을 구했다. 그는 “성분표시란에 ‘천연식초’란 단어가 있는지 확인하라”했다. 천연식초는 오랜 시간 발효되면서 몸에 유익한 유기산과 미네랄 등을 얻을 수 있지만, 주정이란 물질로 발효과정을 단축시킨 주정식초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 아닐까. 그는 또 “집에서 손쉽게 천연식초를 담가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천연식초는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미생물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져요. 적절한 환경만 만들어 주면 돼요. 한 가지 재밌는 점은 가정마다 환경이 다르고, 그때그때 기온이나 바람 방향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균도 달라져요. 천연식초의 맛이 각양각색인 이유랍니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천연식초 맛도 담그는 이에 따라 다르다. 천연식초는 특히 여름 건강관리에 제격이다. 피로를 유발하는 몸속 젖산을 분해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과다한 나트륨을 몸에서 덜어 준다. 반대로 칼슘은 더 잘 흡수해 성장기 어린이나 여성에게 특히 좋다. 면역력을 높이고, 혈액을 정화시키는 것도 식초의 효능이다. 시원한 물에 꿀과 함께 타 먹거나 새콤하게 초밥을 만들면 여름철 별미로 그만이다.
할머니의 위대한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다
드르륵. 문이 열린 곳을 바라보니 남편 박성식 씨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아내에게 줄 야생화와 산딸기가 들려 있다. 김순양 씨는 남편의 선물에 잔잔한 미소로 화답했다. 함께한 세월이 오래건만 아직도 신혼처럼 지내는 이 부부가 천연식초를 빚게 된 것은 15년 전 김순양 씨의 유방암 자연치료를 위해 진도로 내려오면서 시작되었다.
“아내의 고향은 흑산도예요. 그곳에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물려주신 식초 맛을 이어 가고 있어요. 단순히 이어 간다기보다 이 시대에 맞게 변주한다고 할까요? 자신이 경험한 식초의 좋은 점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서,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바나나, 커피 등의 기호식품으로 식초를 만들고 있어요.”(박성식)
어린 시절부터 곰삭은 음식을 먹고 자란 탓에 김순양 씨에게 발효음식은 향수와 같다. 그의 기억 속 부뚜막에는 늘 ‘초두루미’가 놓여 있다. 주전자처럼 주둥이가 있고 마개를 씌운 병에는 숙성 중인 식초, 호리병 모양 단지에는 완성된 식초가 있었다. 할머니는 이 병을 곁에 두고 요리할 때마다 그에 맞게 썼다.
“맛에 대한 추억은 제 DNA에 정체성처럼 박혀 버렸어요. 연구랄 것도 없어요. 고요하게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교과서처럼 레시피가 있답니다. 그것을 실제로 해보니 식초가 되더라고요. 그동안은 나를 위해 식초를 담갔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을 위한 초를 만들고 싶어요.”
이 시대 젊은이들까지 즐길 수 있는 식초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나나식초, 커피식초다. 1만 년을 흘러온 식초의 명맥이 그의 손길을 통해 젊어지는 것 같아 반가웠다. 맛을 보니 커피향이 감도는 깔끔한 식초음료다..
김순양 씨가 알려준집에서 쉽게 빚을 수 있는 식초
자투리 식재료를 활용한 과채류 식초를 담가 보자
남은 당근 동강이, 억세서 먹지 못해 잘라둔 양배추대, 깎아 놓은 지 좀 지나 갈변된 과일 등을 잘 모아서 몸에 좋은 식초로 만들 수 있다. 준비한 재료를 2~3cm 주사위 모양으로 깍둑썬다. 유리병에 재료를 담고 발효되기 좋은 농도로 설탕을 첨가한다. 과일은 자체 당도가 있기 때문에 과일 1kg당 200g이 적당하다. 반면 당이 없는 채소는 1kg당 250g이 적당하다. 한지로 입구를 싼 다음 뚜껑을 살짝 얹어 둔다. 완전히 닫지 않는 것은 공기가 드나들어야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서늘한 그늘에 두고 가끔씩 설탕이 침전되지 않게 병을 흔들어 준다. 40일 정도 지나면 과일과 액이 분리되는데, 이때 건더기를 건진다. 병을 이따금 흔들어 주면서 더 발효시킨다. 60~70일이 되면 먹기 좋은 과채류 식초 완성. 요리할 때 넣어도 좋고, 플레인요구르트 등과 곁들여 먹으면 흡수율을 높여준다.
흡수율이 높은 칼슘식초를 만들어 보자
만들어 놓은 과채류 식초에 견과류와 멸치 등을 넣고 재발효시키면 된다. 과채류 식초에 들어 있는 다량의 효소가 견과류와 멸치 속 양질의 성분을 발효시키는 데 3주 정도 걸린다. 마찬가지로 그늘에 두고 흔들어 준다. 견과류와 멸치 건더기도 요리할 때 같이 먹는다.
맛이 향긋한 수박식초를 여름별미로 즐겨 보자
제철을 맞은 수박은 향긋한 식초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껍질과 흰 부분을 제거하고 붉은 과육만 믹서에 간다. 덩어리를 부수는 개념으로 살짝 돌리는 게 포인트. 수박즙과 과육을 유리병에 담고 설탕을 5:1로 넣는다. 누룩이 있으면 약간 첨가해도 좋다. 60일이 지나면 수박향이 살아 있는 천연식초가 된다. 수박화채를 만들 때 베이스로 사용하거나 물에 타 주스로 먹는다.
김순양 씨가 알려준 천연식초 활용 레시피
야생꽃초밥
재료(4인분) 밥 2공기, 천연식초·와인 10mL씩, 야생화(민들레, 돌나물꽃, 금은화, 진달래 등) 10송이, 소금 약간
소스 간장 1큰술, 매실청·천연식초 1/2큰술씩, 겨자즙 약간
만들기 1 분량의 천연식초, 와인, 소금을 잘 섞어 촛물을 만든다. 2 뜨거운 밥에 ①을 넣고 밥알에 충분히 스미도록 섞는다. 3 꽃잎은 식촛물에 헹구어 초밥에 얹기 편하도록 펴 놓는다. 4 한입 크기로 밥을 뭉쳐 접시에 담고 그 위에 꽃잎을 얹는다. 5 분량의 소스재료를 섞어 만든 소스에 곁들여 먹는다.
멸치장아찌주먹밥
재료(4인분) 발효멸치 20g, 오이장아찌 40g, 고추장아찌 30g, 밥 2공기, 식촛물(천연식초:생수 = 1:1), 참기름·볶은 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멸치와 오이, 고추장아찌는 씹히는 식감이 느껴지도록 잘게 썰어 준비한다. 2 뜨거운 밥에 볶은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간을 맞춘다. 3 밥을 약간 식힌 뒤, 준비한 장아찌와 멸치를 넣고 식촛물에 손을 적셔 주먹밥을 만든다. 4 접시에 주먹밥을 얹는다. 채소 잎이나 과일을 썰어 깔아 놓으면 좋다.
Tip 발효멸치 만들기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용기에 담고, 천연식초와 벌꿀을 2:1로 섞어 함께 넣는다. 1개월 이상 발효시켜 먹는다.
해초냉국
재료(4인분) 톳이나 미역 한 움큼, 오이·파프리카 1/2개씩, 생수 400mL, 천연식초 40~50mL, 매실청 40mL, 국간장·천일염 약간씩
만들기 1 해초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30여 분간 물에 담가 염분을 제거한다. 2 속을 제거한 오이와 파프리카를 4~5cm 크기로 채썬다. 해초도 같은 길이로 자른다. 3 해초와 채소를 함께 섞고 매실청과 천일염으로 간한 후, 생수와 식초를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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